춤계소식

신간안내_ 전통춤평론집 「춤풍경 舞風景」
2016.3.1




전통춤평론집 「춤풍경 舞風景」
김영희 지음, 도서출판 보고사, 440면, 25,000원

 이 책은 전통춤이론가인 필자가 전통춤 공연 현장을 기록하고 리뷰한 글들을 모아 평론집으로 출간한 책이다.
 4부 구성으로 편성하여, 1부 考. ‘전통춤의 역사와 원리’ 에서는 궁중무와 민속춤에서 전통춤의 원리로 거론될 수 있는 명제들을 분석했고, 현재 전통춤의 현황을 역사적 흐름 속에서 살펴보았다. 2부 論. ‘승무 검무 살풀이춤 그리고 한량무’는 한국 전통춤의 주요 종목인 승무, 검무, 살풀이춤, 한량무의 현재와 과거를 돌아보며 앞으로 나아갈 바를 언급했다. 3부 想. ‘전통춤의 다양성’은 2001년부터 2015년까지 필자가 관찰한 전통춤 공연에 대한 기록이자 논평이다. 4부 提 ‘전통춤의 방법론과 미래’에서는 현행 전통춤 공연에서 우려할 사항과 지양해야 할 대목들, 또는 새로운 관점들을 제기하였다. 궁중무와 민속춤 각 계열의 춤 공연에 대한 리뷰뿐만이 아니라, 전통춤의 주요 종목에 대한 문제 제기와 전통춤의 방법론에 대한 제언도 포함하고 있다.




목차

책머리에
추천사 채희완∥전통춤 관람은 문화재로서 교양체험이 아니라 살아 생동하는 예술체험인 것
추천사 김태원∥김영희 첫 춤평론집 출간에 부쳐

1부 考. 전통춤의 역사와 원리
춤은 八風을 행하는 것이다
춤은 그 모습을 짓는 것이다
한성준의 창의 정신과 열린 시야
최근 전통춤의 주요 현황과 특징

2부 論. 승무 검무 살풀이춤 그리고 한량무
승무의 미래와 승무의 과거
한국 춤의 역사에 등장한 검무의 양상
살풀이춤의 근대성
한량무의 기회 혹은 위기

3부 想. 전통춤의 다양성
왕조의 꿈 ‘태평서곡’이 울리기 시작했다
궁중무의 새로운 공연방식 -‘정재 들여다보기’와 ‘고종 오순 경축 연향’
민속춤, 우리 춤의 또 다른 유산 -‘남무, 춤추는 처용아비들’을 보고
황해도굿의 당당한 이면, 황해도굿보존회의 ‘꽃맞이굿’
기생을 어떻게 볼 것인가? -(주)서울옥션 특별기획전 ‘妓生’ 을 보고
광무대 재인들의 구극舊劇을 보셨습니까 -‘광무대 재인들의 발탈재담과 장님타령, 장대장타령’을 보고
80년 춤 인생 고스란히 -宇峰 이매방 선생님 팔순 기념공연을 보고
‘김수남 사진굿’에 온 굿에 목마른 사람들 -굿사진가 김수남 추모 1주기를 맞아
조흥동의 한량무 무보집 발간공연과 한순서의 공연
‘왕조의 꿈 태평서곡’, 창덕궁 공연의 의미
이애주 춤 ‘달의 노래’ -경기 몸짓의 원류를 찾아서
원각사 백년 광대 백년 정동 명인뎐 -‘안팎의 우리춤’을 보고
낯 설은 제주굿, 그래도 굿은 굿 -‘제주칠머리당영등굿’을 보고
심소 김천흥선생 탄생 백년 기념 공연
‘八舞傳’을 보고, 정범태선생과 구히서선생을 떠올리며
국립국악원의 새로운 국가 브랜드 명작 -‘태평지악 - 세종, 하늘의 소리를 듣다’
하용부춤판
전통춤 영역의 새로운 실험 무대 -‘봄날, 우리 춤 속으로’
우리 춤의 流가 더욱 別別해 지기를 기대하며 -‘류별로 본 우리 춤 2009’
‘왕의 춤’을 보고
예악당 무대에 올려진 <봉산탈춤>을 보며
청산에 살어리 청산에 살어리 -‘우리춤 神市 6인전’
한순서 ‧ 이주희의 ‘모녀전승’
‘고 양소운 선생 추모공연’을 다녀와서
전통춤 소극장 공연의 새로운 기류
장단 곶 디딤 마루를 부르는 ’배꽃춤판’
서울교방의 ‘三人香’, 리을무용단의 ‘友樂’ -2011년 가을, 새로운 해석과 전통을 담은 한국춤의 향연
‘2人무 페스티발’의 전통춤 소극장 공연
전통춤에 대한 열린 시각, 한명옥드림무용단 ‘조율 II’
소극장 전통춤 장기공연의 가능성 -‘김수현 춤벗 열두마당’
김천흥 선생 5주기 추모문화제 -아쉬웠던 학술행사와 ‘처용랑’ 재연 시연
‘강선영 불멸의 춤’ -한성준 춤의 흔적을 찾아서
새로운 춤의 얼굴과 레파토리가 등장한 2013‘배꽃춤판’
계통별 전통춤이 한 자리에 모인 ‘2013 팔무전’
〈고깔소고춤〉의 명무 고 황재기 선생 10주기를 기리며
산조춤, 가슴에 담겨있는 심상(心像)을 그리는 춤 -장승헌 기획 ‘산조예찬’
서울시무용단의 대표작은 무엇인가요
풍물굿의 다양한 개념이 도출된 ‘2013 팔도풍물굿쟁이전’
왕성했던 국립국악원 무용단의 예술적 욕구 -‘4道4色’과 ‘신궁중정재’
20세기 중후반 한국춤의 유산, 박금슬 -박금슬 선생 탄신 90주년 기념공연 ‘족정정(足定丁)’
신무용의 예술적 성과를 재평가해야 한다 -‘신전통, 춤 복원에 지평을 열다’를 보고
김백봉 고유의 표현과 미감을 찾아 -우리춤협회의 김백봉 헌정무대를 보고
한국무용사로 풀어낸 2014년 ‘한국춤 100選 열두마당’
영친왕 환국 환영연의 흥미로운 재현 -국립국악원 무용단 정기공연 ‘마지막 황태자, 조선의 꿈을 보다’
국수호 <남무>의 풍격, 표일(飄逸)
한성준의 창의 정신과 열린 시야 -한성준탄생 140주년을 기념하는 “대한민국전통무용제전”
진혼춤의 새로운 전형 -심우성, 이애주, 최일순의 ‘넋전아리랑’
한국전통문화연구원 ‘평양정재 연광정 연회’ -민간의 풍류 넉넉한 교방정재
전통춤 공연의 문제의식을 제기하기를 기대하며 -한국춤협회 전승춤 공연
한국 정신문화의 원류, 국립국악원 기획 ‘사직대제’
1950, 60년대 전통춤의 흔적 -『한국무용도감』으로 만난 예기 김정연의 춤
4월의 전통춤 공연이 보여준 새로운 시도들 -<대한의 꿈>, <살풀이춤>, <수정흥무>
풍류사랑방 수요춤전의 효과를 기대하며 -국립국악원 무용단 ‘남무(男舞) 궁의 하루’와 ‘여무(女舞) Battle’
교방춤과 무속춤의 외연을 넓힌 굿춤 한 판 -‘정영만과 남해안별신굿 무관’을 보고
영성제(靈星祭)에 담긴 우리 춤의 형식, 철조(綴兆)
춤이 먼저인가 춤꾼이 먼저인가 -‘화무 – 팔무전’을 보고

4부 提. 전통춤의 방법론과 미래
명무名舞는 여하(如何)한 것인가 -‘전무후무全舞珝舞’ 공연에 대한 단상
치마춤과 바지춤에 대한 재고
교방춤과 마당춤의 기법은 다르다 -모든 전통춤의 교방춤화를 우려하며
국립국악원 무용단의 차별적인 전통을 위해 -궁중무용의 변주
‘2014검무전(劍舞展)’을 마치며 -전통춤의 영역 확장과 인문
액자 속의 인형처럼 전통춤을 추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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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김영희(金伶姬)
서울예고, 국민대 국사학과, 중앙대 대학원 무용학과를 거쳐 성균관대 동양철학과에서 「전통춤의 움직임에 드러난 風의 양상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개화기 이후 근대기생과 근현대 춤의 역사를 연구하고 있고, 한국춤비평가협회 회원이다. 김영희춤연구소를 운영하며 2012년부터 매년 ‘검무전(劍舞展)’과 ‘검무심포지움’을 개최하고 있다.
한국근현대예술사구술채록연구시리즈 『김천흥』(2004), 『양소운』(2005), 『이매방』(2006), 『문장원』(2006)을 작업했고, 『고창농악 고깔소고춤』(2004), 『개화기 대중예술의 꽃, 기생』(2006), 『매일신보 전통공연예술 관련기사 자료집』(2006), 『전설의 무희 최승희』(공저, 2013), 『한국춤통사』(공저, 2014) 외 다수의 논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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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사

전통춤 관람은 문화재로서 교양체험이 아니라
살아 생동하는 예술체험인 것


채희완_부산대 명예교수


 사람 사는 데에 어느 때 어느 곳인들 춤과 노래가 없으랴마는 유난히 한민족은 음주가무를 즐기고 모이기만 하면 잘 노는 종족이었다.(이런 흐름은 뿌리가 깊어 오늘날 일상공간 말고도 노래방과 무도장이 없는 데가 없다.)
 전통시대에 춤은 주로 마당이나 방안이나 대뜰에서 추어졌다. 마당춤은 일터, 굿터, 놀이터, 쉼터, 시장바닥, 산야, 거리 등에서, 방안춤은 사랑방, 공방, 기생방, 노름방에서, 대뜰춤은 궁중전정, 지역 관아터, 산대, 사찰, 실내외 가설무대 등에서 추어져 각 춤마다 춤의 동기나 주제를 불러일으키면서 그 쓰임새를 다했다.
 한국춤의 역사에서 근대시기에 이르러 획기적인 변화는 극장무대공간에서 춤을 추기 시작한 때 연유한다. 1902년 협률사라는 서양 근대의 프로시니엄 아치(proscenium arch)극장 공간이 생기고, 이에 ‘소춘대유희’라는 공연에 궁중무, 교방춤, 민속춤이 기생들에 의해 ‘보여주는 춤’으로 기획 공연된 것이다. 민속춤과 함께 일반인으로는 좀체로 보기 어려운 궁중무가 보여지고, 궁중의례나 연향이라든지 신에의 공의라는 종교의례가 아니라 순전히 ‘보여주는 춤’으로서 예술감상의 대상으로 그 목적의식을 달리하게 된 것이다.
 이를 기화로 ‘서양 그릇에 담은 동양정신’이라는 또 다른 시대춤이 ‘신무용’이란 이름의 무대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한편으론 서양 포크댄스나 사교춤, 레뷔댄스가 일반 대중에게 번져나가 전국 곳곳에 무도장이 생겨났다. 1930년 중후반에 이르러서는 전통춤의 갖은 양태들이 전문 춤꾼에 의해 무대양식으로 고안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한국춤의 근대시기 춤 사실을 두고 저자 김영희님은 이를 추적하고 밝혔다. 예인이자 몸팔이인 기생의 활동상에 주목하고(『개화기 대중예술의 꽃 기생』, 민속원, 2006), 명무들의 생애와 그의 예술세계를 추적하면서(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한 김천흥, 이매방, 문장원, 양소운 등의 구술채록과 고창농악 고노들의 구술채록), 1938년~41년 조선음악무용연구회의 활동을 중심으로 한성준의 창의적이고도 광활한 작품 활동을 살펴보았다.
 그리고서는 1962년 무형문화재 제도가 실시되고 1970년 중후반 이래 스러져가는 전통춤과 숨어있는 명무들이 발굴되면서 확고부동한 전통춤의 한 유형으로 자리잡은 승무, 검무, 살풀이춤, 입무, 한량무 등의 역사성과 다기한 양상을 살펴보고 시대적 추이와 함께 그 확장성을 논하고 있다.
 한과 여성성에서 멋과 흥, 신명, 낭만적 정취로 미감이 바뀌어감을 포착하면서 2000년대 이후 고전적이고 정통적인 전통춤과는 달리 개인의 취향과 미의식으로 변주되는 새로운 전통춤을 신전통춤(전통의 재구성 또는 신고전이라 일컫기도 하는)이라 하여 이의 등장을 시대적 요청에 응하는 것으로 조심스럽게 보고 있다.
 이제는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주로 수도권역 대·소극장 무대에서 올려지고 있는 전통춤을 목격하고 이를 논구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 책의 본령은 현금 전승되고 재창작되고 있는 전통춤의 실상을 극장공연 현장에서 역사적으로 검증하고 잘잘못을 소박하게 따져 묻는 또 하나의 기록물로 역사화하는데 있다.
 거기에서 나아가 이 공연물을 하나의 작품으로서 향수하고 음미하고 심미적 가치판단을 곁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비평적 기능을 일부 떠맡고 있다. 본격적인 평론이라기보다는 평문에 가까운 것이라 하더라도 이로써 전통춤은 ‘살아있는 작품’으로서 현존하고 있는 것임을 역설한다. 그리고 전통춤의 정통성을 위해 우려와 경계의 심정을 누르고 제언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전통춤의 많은 부문이 교방화 하는 것을 크게 경계하여 “교방춤과 마당춤의 기법은 다르다”고 한다든가, 전통춤은 원형의 특성을 살리되 춤꾼은 개성적 예술세계의 구축을 위해 춤에 대한 좀 더 깊은 이해와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연극학과 음악학에 의존해왔던 한국가무악론의 한 국면을 『예기』, 『악기』, 『악학궤범』, 정약용의 『악론』 등을 통해 “춤은 팔풍을 행하는 것이다.”와 “춤은 그 모습을 짓는 것이다.”로 열어 놓은 것은 한국 전통춤의 개념과 형성 원리를 이해하고 성찰하는 데 튼튼한 토대가 될 것이다.
 또한 전통춤이란 개인의 창작물 이전의 한국적 집단무의식, 집단미의식, 집단 미감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와 특성을 살펴보는 것이 선행될 과제로서 논의의 중심이 될 법하다. 그리고 이제는 품평의 대상이 수도권 지역만이 아니라 부산, 광주, 제주, 대구, 전주, 진주, 청주, 대전, 목포, 마산, 통영, 진도, 남원 등지의 전통춤 극장 공연에도 눈길이 미쳐야 할 것이다. 어쩌면 지역 춤의 현장이 전통춤의 실제 전승 현장이 아니겠는가. 더욱 근본적으로는 전통춤 생성 바탕인 일상 삶의 현장에서 수행되는 전통춤 공연에까지 눈길이 미쳐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현장성과 즉흥성이 강한 살아있는 전통춤의 진면목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마당무대, 원형무대, 열린 공간 무대의 것을 염두에 두는 시각에서 비롯된다고 할 것이다. 그런가하면 전통춤의 언어를 표현 매체의 기조로 둔 현대 창작 한국춤과 연계해서 보는 시각도 요청된다 하겠다.
 이제 전통춤 공연 관람은 문화재로서 역사적 실체를 확인하는 교양 체험이 아니라, 작품과 보는 이 사이, 그리고 보는 이와 보는 이 사이에 번져가는 온몸의 교감과 감화의 살아 생동하는 미적 체험이라는 것이라는 점이 강조될 것이다.

 이러한 과제를 안고 21세기 초 한국 전통춤의 여러 국면을 날카롭고도 다사하게 밝혀놓고 있는 이 책은 한국춤의 역사에서 이 시기가 어떠한 위상을 점하고 있는지를 가늠하는데 더할 나위 없는 소중한 기록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 한국춤이 흔들리면서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한국 미의식과 미감을 살펴보는 데 또 하나의 친밀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2016.3.1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