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신년기획_ 2015년 주목해야 할 무용가

이즈음 들어 대한민국 무용가들의 행보는 전 세계를 관통하고 있다. 2015년에도 이런 흐름은 예외가 아닐 듯 하다. 대형 신작 안무에서부터 국가 간 협업, 새로운 영역의 개척, 외국 무용단 진출까지 올해 국내외에서 주목할 만한 작업을 펼칠 주인공들을 만났다. (편집자 주)


신년기획_ 2015년 주목해야 할 무용가 정영두



LG아트센터와 ‘푸가’를 테마로 장편 신작 공연



장광열 일본에서 오랫동안 체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 어떤 작업들을 했고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정영두 가르치는 것 때문에 일본에 조금 더 자주 체류하고 있지만, 예전과 크게 다를 바 없이 작업하고 있다. 2013, 2014년 JCDN(Japan Contemporary Dance Network)과 후쿠오카시 문화예술진흥재단의 국제 댄스 인 레지던스 교환 프로그램(JCDN International Dance in Residence Exchange Project)에 아티스트로 초청되어 〈baram〉(큐슈대학, 2013), <까마귀와 까치>(Pomplaza, 2014) 라는 작품을 한일 무용수들로 구성해 공연했다.
역시 2013, 2014년 여름에 Pinwheel project(Producer Sako Kanako)의 일환으로 비엔나에서 가족이라는 주제로 레지던시를 했다. 그 결과물로 <보복>이라는 솔로 작업을 했고 비엔나, 교토, 도쿄에서 공연을 가졌다.
San francisco contemporary music players의 "Anton Project"에서 현대음악 작곡가 Jaroslaw Kapuscinski 와 "Pointing Twice" 를 2년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공동 작업했고, 안무와 출연을 맡아 샌프란시스코(Yerba Buena Center for the Arts Forum, 2014)에서 공연했다. 그 외, 한국에서 몇몇 미술작가들과 협업을 가졌고 몇 개의 무용 소품들을 만들었다.
지금은 올해 3월로 폐관이 결정된 아오야마 극장을 중심으로 극장이라는 공간이 지닌 여러 의미들을 안강현 미술작가와 영상으로 담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동안 LG아트센터와 <제7의 인간> <먼저 생각하는 자 - 프로메테우스의 불>을 함께 작업했다. 이번 10월에 LG아트센터와 함께 다시 선보일 작품은 어떤 컨셉트로 접근하고 있는가?
이번 작업은 음악형식의 하나인 푸가에서 받은 영감을 무대 위에 옮겨보려고 한다. 두 가지의 컨셉트로 접근하고 있다. 하나는 푸가의 형식을 빌어서 안무의 형식을 탐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움직임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다. LG아트센터와 함께 작업했던 지난 작업들이 주제의식과 메시지가 강하게 드러나는 작업이었다면, 이번 작업은 메시지를 걷어내고 움직임과 이미지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것들에 집중할 생각이다.

가제로 <푸가: The Polyphony of the Bodies>라고 되어 있다. 음악에서 이야기하는 푸가 양식을 연계하는 것이라면 나초 두아토, 윌리엄 포사이드, 한스 반 마넨, 마기 마랭 등 그 동안 적지 않은 유럽의 안무가들이 푸가를 테마로 작업을 했었다. 음악과 움직임과의 조합이 어떻게 이루어질는지 궁금하다. 어디에 중점을 두고 안무할 생각인가?
안무적으로는 "푸가" 가 가지고 있는 음악적 구조를 안무의 구조로 자연스럽게 치환하는 것에 가장 큰 중점을 두고 있다.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간다면 하나의 안무공식을 얻을 수 있도록 탐구하고 실험해 볼 생각이다.
움직임적으로는 최종 결과물이 어떤 특정 무용장르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지만, 안무하는 과정에서는 미리 특정한 장르를 염두에 두지는 않을 생각이다. 새롭고 자극적인 어떤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도 가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음악이 가져다주는 영감에 깊이 귀를 기울이고 음악이 가고자 하는 곳으로 따라가보려 한다. 음악을 마음 구석구석 충실하게 경험한다면, 음악이 나를 어디론가로 데려갈 것이고 그곳에서 움직임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3년만의 신작 발표라 기대가 크다. 무용수들은 공개 오디션을 통해서 조인시킬 것인가? 아니면 다른 복안이 있는가? 함께 작업할 스태프들도 누구인지 궁금하다.
음악이 중심이 되는 작업이라 음악을 몸으로 잘 이해하는 것이 기본이겠지만, 무엇보다도 성실하고 다른 무용수에 대한 배려심이 있는 무용수들을 몇 명 더 찾고 있다. 섭외를 마친 무용수들도 있고 섭외중인 무용수들도 있다. 섭외가 도저히 어렵다면 오디션을 치를 수도 있겠지만, 현재 계획으로는 오디션을 치를 생각은 없다.
스태프들은 아직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만약 결정한다면 <제7의 인간>, <먼저 생각하는 자 - 프로메테우스의 불> 등 오랫동안 함께 작업하면서 신뢰를 가지고 있는 동료 스태프들이 있다. 함께 작업하게 된다면 역시 그 스태프들에게 작업을 제안하고 싶다.

외국에서 열린 안무 경연을 통해 해외 무용계를 둘러보고 국내에서도 주목받는 작품을 여럿 안무했다. 밖에서 볼 때 한국의 안무가들의 세계 무대에서의 경쟁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예전에 비해 다양한 지원제도가 생겨났고, 페스티벌이나 극장, 문화재단들의 프로그램들이 많아져서 안무가들이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도 많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다양한 작품들을 창작하고 실험할 수 있는 장이 많아졌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환경은 안무가들이 작품의 완성도를 기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고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경쟁력에 관한 조금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이면, 우리나라의 사회의 전반적인 경향이 그렇듯이 경쟁을 요구하고 지나치게 빠른 성과를 요구하는데, 예술은 그런 것과 상관없이 다른 지점을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쟁력이라고 하는 것의 기준이 아마도 유럽 중심의 무용에 비추어 얼마나 예술 상품으로의 가치가 있는가 하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을 기준으로 한다면 영원히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예술가들에게 경쟁력을 강요하는 것은 그만큼 예술가들을 빨리 소진시키는 결과를 나을 것이다. 물론 창작의 동기부여를 위해 혹은, 더 나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가시적인 성과와 공유는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유럽의 무용이 경쟁력을 가지는 부분이 있다면, 예술의 본질적 가치를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과 풍부하고 지속적인 지원제도가 곧 그들의 경쟁력일 것이다. 그들은 경쟁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들이 추구하는 예술적 가치를 믿고 완성하려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예술행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들에게는 그것이 없다. 그러니 작품 한두 개가 반짝하더라도 그것은 일시적인 성과에 그칠 뿐이라고 생각한다. 예술가들 역시 경쟁을 의식하지 않고 작업할 때 자신만의 작업이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경쟁력이 될 것이다.
경쟁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오직 자신이 도달하고 싶은 곳에 얼마만큼 가까이 다가 갔는가 그렇지 못했는가 하는 것만이 있다고 믿는다.

올해 계획은 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려 달라.
5월, 교토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워크샵에서 (20th International Dance Workshop Festival in Kyoto) 강의와 20주년 기념공연 <보복>이 있다. 그 외에 다른 계획은 없고 10월 공연에만 집중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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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_ 2015년 주목해야 할 무용가 안성수



시벨리우스 탄생 150주년, 핀란드 현대 서커스와 협업 

 

 

장광열 지난 1월 20일 웹광고 하나를 받았습니다. 핀란드에서 보내져 온 것이었는데요. ‘그랜드피아노가 테입으로 감겨있다면 어떨까? 핀란드의 신화를 한국의 무용수들이 해석한다면? 핀란드의 작곡가 장 시벨리우스의 음악에 폴 댄스(pole dance)와 현대서커스가 가미된다면?’ 이라는 첫 문장을 보고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핀란드의 서커스 그룹과 협업작업을 통해 선보일 신작이 어떤 내용의 작품인지 궁금합니다.
안성수 핀란드의 국민작곡가라 불리는 시벨리우스의 탄생 150주년을 맞아 그의 대표곡중 하나인 〈Swan of Tuonela〉를 기본테마로 만들고 있는 작품입니다. 참고로 〈Swan of Tuonela〉는 핀란드의 민족서사시 “칼레발라”에 나오는 영웅 레빈카이넨의 이야기를 다룬 일련의 교향시집 “네 개의 전설” 중 제3곡입니다.

2010년 한국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시행한 한국-핀란드 컨넥션 프로젝트 때 헬싱키에서 컨템포러리 서커스 단체인 WHS의 연습실을 방문했었고, 당시 함께 있었던 안성수 감독께서 이 단체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 안성수픽업그룹과 WHS가 한차례 협업을 했었지요. 그럼 이번이 두 번째 작업인가요?
그렇습니다. 2012년 첫 번째 공동작업 〈Double Exposure〉 이후 두 번째 공동 작업입니다. 첫 번째 공동작업의 결과가 의외로 좋아 프랑스, 독일 등에 초청되어 공연을 가졌고 올해에도 에스토니아 공연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작업은 언제부터 시작하며, 양쪽 무용단에서 어떤 아티스트들이 참여하는가요?
지난 1월초부터 한국에서 작업을 시작했고 요즈음 하루 4시간씩 진행 중입니다. 안성수픽업그룹에서는 제가 안무 및 연출로 무용수 이주희, 양희훤, 김현이가 참여합니다. 전작에서는 이주희씨만 참여했지만 이번에는 새로운 두 무용수들을 픽업하여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WHS에서는 연출 및 출연으로 Ville Walo, 의상 및 무대디자인에 Anne Jamsa, 조명 Jere Monkkonen, 작곡 및 연주에 Samuli Kosminen, 그리고 특별 객원 아티스트로 Hauschka 와 Jeffery Zeigler가 함께 작업합니다.

결국 <투오넬라의 백조>는 한국과 핀란드의 국제 협업 작으로 한국의 안무가 안성수와 3명의 무용수, 핀란드 서커스계의 선구자인 빌 왈로와 2명의 기술 스태프, 3명의 뮤지션이 장 시벨리우스의 음악을 재해석하는 공연이네요. 어디에 중점을 두고 안무할 생각인가요?
저의 역할은 우선 안무를 하고 전체 작품을 함께 연출하는 것이지요. 안무에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시각과 청각의 조화, 시벨리우스와 Samuli의 음악을 몸으로 어떻게 조화롭게 보일 수 있는 가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스토리와 현대 서커스, 음악과 무용을 하나의 잘 만들어진 영화처럼 조화롭게 보이게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작업도 WHS의 아티스트들이 갖고 있는 현대 서커스를 접목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이들과의 작업이 안성수픽업그룹 단독으로 공연을 제작할 때와 어떤 점에서 도움이 되는지요?  

저희의 단독 작업과 공동작업은 너무나 다릅니다. 우선 연습진행이 다릅니다. 저희 단독 작업의 경우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8개월까지 매주 3회 이상 꾸준하게 작업하며 완성도를 높이고 발전을 시킵니다.
공동작업의 경우는 함께 모여서 연습할 수 있는 기간이 짧기 때문에 이때 최대의 효과를 얻기 위해 각자 그룹에서 미리 여러 장면들을 만들어 서로 간에 영상을 공유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합니다. 그럼 3~4회 정도 3주간 양국에서 공동연습을 할 때 효율이 높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차이점은 제 움직임만 고집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웃음)
움직임은 저의 의사로 모두 만들지만 그것의 공간 배치 및 장면연출, 전환 등은 WHS 멤버들과 공유하고 이들의 의사도 존중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러면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저도 그렇지만 WHS친구들도 자신의 것만 고집하지 않고 서로의 의사를 잘 들어주고 존중합니다. 그래야 공동작업이 될 수 있으니까요.

작품의 초연은 어디서 이루어질 예정인가요? 한국에서도 하게 되나요?
초연은 올해 9월 27일부터 10월 3일까지 핀란드의 하멜리나(Hämeenlinna, Verkatehdas)에서 있고, 곧이어 10월 말쯤 한국의 토월극장에서 한국 초연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몬트리올에서 열린 공연 마켓인 씨나르(Cinar)에서 쇼케이스 공연으로 선정된 <로즈>는 두 번에 걸친 유럽 투어 프로젝트인 Kore-A-Moves에서 공연되어 호평을 받았지요. 씨나르 쇼케이스 이후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요?
슬로바키아 초청공연 이야기가 있는데 시기가 저희의 〈Swan of Tuonela〉 핀란드, 한국 초연들과 맞물려 있는 것 같아 확인 중에 있습니다.

올해 공연은 이밖에 또 어떤 것들이 예정되어 있는가요?
6월에 에스토니아에서 〈Double Exposure〉 공연과 핀란드에서 〈Refinememt of Tradition〉 공연이, 7월 스페인에서 <몸의 협주곡> 공연이 있습니다. 그 외에 이야기가 오가는 공연들이 몇 개 있는데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재직하고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 공연에서도 안무를 해야 하구요.

한국과 핀란드의 아티스트들이 만들어내는 창조적인 융합이 기대됩니다. 벌써부터 공연에 대한 광고가 전 세계의 축제감독과 저널리스트들에게 홍보되고 있으니 초연 후 해외 투어도 많이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시벨리우스의 음악과 재미있는 해골춤, 폴 댄스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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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획_ 2015년 주목해야할 무용가 박은화



해운대 모래사장에서 대규모 환경 즉흥 공연 

 

 

장광열 부산국제즉흥춤축제(Busan Improvisation Dance Festival, Bimpro)가 올해로 8회째를 맞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11년부터 박은화 교수(부산대학교 무용과)께서 예술감독을 맡으면서 더욱 프로그램이 다채로워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올해 축제는 언제 개최되는지요?
박은화 2015년 4월 11일 토요일부터 13일 월요일까지 열립니다. 부산 해운대 바닷가와 춤공간 SHIN, 대학 캠퍼스, 기타 여러 장소에서 다채로운 즉흥 공연이 마련될 계획입니다.

올해 축제의 메인 프로그램은 역시 해운대 바닷가에서 흥미로운 야외 즉흥 공연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어떤 컨셉트로 진행되는 것인지요?
올해는 “자연과 함께하는 즉흥 공연”이 주제입니다. 그동안 부산국제즉흥춤축제(Bimpro)는 극장 공연과 함께 부산 지역의 자연적 배경인 바다와 함께하는 즉흥 춤 공연으로 오프닝을 하는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올해는 그 특징을 확장하여 극장 공연의 프로그램을 대거 자연 공간으로 내어놓고자 합니다. 또한, 극장공연들도 자연을 주제로 다루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외국 참여자들도 부산의 자연을 만나면서 경험한 몸의 즉흥적 표현을 소재로 한 공연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동안 해운대, 대학 캠퍼스, 부산시의 황단보도 등 도로변, 강의실 등에서도 즉흥 공연을 펼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관객들이 생소해 하지는 않았는지요?  

즉흥 공연은 언제나 무용수나 관객에게 새로움을 만나게 합니다. 우리가 가진 공연의 고정적인 틀을 혼돈 속에 넣기도 하고 그것이 신선함과 생소함이나 충격으로 다가오게 만듭니다. 그래서 늘 흥미롭고 특히 무용수들이 즐거워하고 행복해 합니다.
해운대 바다 공연은 탁 트인 공간, 끝없는 수평선과의 만남, 바람, 모래와의 접촉, 파도 소리, 이 모든 것들이 몸의 새로운 감각을 깨우고 느끼고 상상하게 하며 움직임을 신선하게 합니다.
대학 캠퍼스와 강의실을 찾아가서도 즉석 즉흥 공연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갑자기 관객이 되어버린 교수와 학생들의 반응은 춤추는 즉흥 무용수들로 하여금 창조적 삶의 순간을 맞이하게 했습니다. 길을 건너는 횡단보도의 교차로에서의 즉흥 춤 공연은 무용수들에게 차가 멈추고 각자 다른 목적을 향하여 건너는 건널목-삶의 순간들 속에 머물게도 합니다.

부산국제즉흥춤축제가 기여한 또 다른 것 중 하나는 즉흥을 통해 부산 무용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운영위원들의 나눔 정신은 반목보다는 화합을 통한 성공적인 축제 운영의 사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성공의 비결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요?
먼저 부산의 많은 무용가들, 학생들 그리고 일반인, 국내외 참가무용가들의 행복한 만남들이 축제를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Bimpro는 부산즉흥춤운영위원회에 의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부산의 안무가, 무용수, 교육자, 이론가, 평론가 등의 역할을 열려진 생각으로 지키고 적극적으로 각자 펼쳐나가고 있는 8명 운영위원들의 협력의 노고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올해 2명의 위원을 새로 영입하기로 되어있고, 장차 타 장르의 운영위원들도 함께 만들어 나가길 원합니다.
또한 Bimpro가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는 데는 LIG 아트홀 부산 측의 후원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아쉽게도 현재 LIG 아트홀 부산의 운영체제가 멈춰진 상태라 부산예술가의 한 사람으로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말 부산의 멋진 극장으로 자랑스러웠는데…다시 그 극장이 부활되어 부산 시민의 창조적 문화 향상에 기여해 줄 수 있길 기원합니다. 늘 외국 아티스트의 지원에 협력해 주는 서울국제즉흥춤축제(Simpro)의 지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올해 프로그램은 이밖에 또 어떤 것들이 있나요?  

자연과 함께하는 즉흥 공연, 어린이 즉흥, 학생들의 열린 즉흥, 일반 커뮤니티 즉흥, 치유 즉흥, 예술가 즉흥, 캠퍼스 즉흥 공연 등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여러 가지 즉흥 워크샵(창작 교육을 위한 즉흥, 치유 즉흥, 전문가 즉흥 등)도 함께 펼쳐집니다.

부산국제즉흥춤축제 이외에도 무용가로서 올해 계획은 또 어떤 것들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먼저 개인 공연으로 11월 초 TUNING 연작으로 〈Shadow〉(그림자)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자연과 함께하는 즉흥” 국내외 투어 공연을 일 년간 현대무용단 ”자유”와 상상하며 시작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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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_ 2015년 주목해야 할 무용가 박유라




안무가 Luc petton에 의해 전격 발탁 5월 샤이오극장 공연 

 

 

장광열 올해와 내년에 걸쳐 한불수교 150주년을 기념하는 한국과 프랑스 무용계의 교류 프로그램들이 여럿 준비되고 있습니다. 안무가 Luc Petton의 공연 자료에 우리나라 무용수 두 명의 이름이 있더군요. 안무가 Luc Petton과는 어떻게 작업을 하게 되었나요?
박유라 지난해 초에 안무자께서 직접 한국을 찾아왔습니다. 아마도 한국인 무용수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마침 제가 재학 중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안에서 Luc Petton의 오디션이 진행 되었습니다. 학교 안에서 실시되는 오디션이라서 별다른 서류, 별다른 부담감 없이 참가하게 되었는데 선발되는 행운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안무가 Luc Petton에 대해서는 사전에 정보를 갖고 있었나요?
2년 전 학교 안에서 Luc의 워크샵이 있었습니다. 그때 참가한 후 흥미가 생겨서 짧게나마 인터넷으로 그의 작품, 그의 인터뷰 내용을 흥미있게 본 경험이 있습니다. 새와 함께 하는 작업으로 저에게 기억됐던 이 컴퍼니의 정식 이름은 'Le Guetteur' 입니다. 안무자 Luc Petton을 중심으로 다양한 무용수와 다양한 실험을 통해 유럽에서는 이미 수많은 공연을 거쳤고, 프랑스 안에서는 잘 알려진 컴퍼니라고 들었습니다. 사전에 미리 깊은 정보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인터넷에서 여럿 작품을 흥미를 갖고 본 것은 사실입니다.

안무가와의 작업은 언제 시작되었나요?
안무가와의 작업은 1월 초부터 파리에서 시작했습니다. 공연은 5월에 프랑스 샤이오 국립극장, 그리고 2016년 한국의 LG아트센터에서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내용의 작품이고 몇 명의 댄서들이 출연하는지도 궁금합니다.
작품 안에서의 명확한 내용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단지 새(혹은 자연)와 인간의 조화와 교감되는 이미지를 그리고자 하는 것으로 파악 됩니다. 출연자는 모두 4명으로 안무자 Luc, 그리고 한국인 이선아씨와 저, 벨기에 남자 무용수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다른 문화, 다른 세대들이 자신의 장점과 이미지를 더욱 계발하고 있는 중입니다.

작업은 어떤 형태로 진행되고 있고 작업하면서 가장 인상 깊게 느끼는 것은 어떤 것들인가요?
가장 중요한 것은 새와 '함께'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부분은 저만 혼자 연습해서 습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매일매일 연습시간 안에 꼭 이 시간을 갖는 편이고, 그렇지 않을 때에는 개인의 움직임적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는 솔로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새가 관객이 있는 것에 익숙해지기 위해 일주일에 두 번씩 '관객과 함께하는 연습'을 거치는데 이 부분이 저에게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새 뿐만 아니라 저 또한 관객과 새와 함께 익숙해지는 연습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흥미로운 과정이네요. 처음으로 외국 안무가와 그리고 다른 나라의 무용수들과 함께 하는 이번 작업을 통해 무용수로서 어떤 것들을 기대하고 있나요?
이번 작품이 저에게는 졸업 후 처음으로 하는 공연입니다. 모국도 아닌 곳에서 그것도 파리의 샤이오 국립극장에서 초연을 한다는 것이 흥분되기도 하지만 부담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또한, 새와 함께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정확히 약속 된 것 없이, 새를 느끼고 조심하며 움직이는 것들이 아직 스스로 부족하게 느껴지지만, 저 스스로에게는 무용수가 갖춰야 할 예민함과 또 각각의 다른 것들이 만나 그 속에서 조화롭기를 기대합니다. 

 

 



박유라씨의 경우 아직은 어린 나이지만 무용수로서 특유의 기질과 창작적인 안무 감각도 뛰어나 이미 주목을 받고 있었지요. 자신에 대한 소개를 좀 해주세요.  

저는 무용을 일곱 살 때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초등학생 때 까지 저에게 무용이라는 것은 재미있는 놀이로 받아들여졌던 것 같아요. 자연스레 주변에서 예원학교 진학을 권유하셨고 한국무용과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예원학교 3년은 평택에서 기차를 타고 통학을 했습니다. 첫차를 타고 학교를 가서 모든 연습이 끝난 후 막차를 타고 평택에 돌아왔죠. 지금 생각해 보면 저의 굳건함 혹은 배짱이 이 때 형성된 것 같아서 이 시절을 참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서울예술고등학교에서는 춤의 기본기를 연마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습니다. 춤을 추면서 그 전과는 다른 매력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창작법이라는 공연을 통해 처음으로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욕망을 느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창작과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안무교육을 집중적으로 하는 곳이란 것을 알고 이 학교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창작과 안에서의 4년 동안은 저의 시야 그리고 움직임의 폭이 많이 넓어진 것을 깨달았고, 안무의 기본적인 개념과 많은 안무가들을 공부하게 된 것이 춤의 방향성을 설정하는데 있어서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향후에는 어떤 일들을 희망하고 있나요?
유럽에 오게 된 만큼, 이곳에서 많은 경험을 하기를 기대합니다. 이곳의 예술에 대한 관심도나 그에 따른 복지 체계에 대해서도 호기심을 갖고 경험하고 있어요. 이곳은 생각보다 동양의 이미지나 움직임 자체에 관심이 많아서 그동안 제가 미루어 왔던 우리 것에 대한 리서치도 충분히 한다면 꽤 흥미로운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래서 안무에 대한 경험도 계속 해나갈 예정입니다. 

2015. 02.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