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김용걸과 친구들
고전과 현대의 융합이 만들어낸 깊이와 재미
권옥희_춤비평가

 부산직할시 승격 50주년을 기념하는 <김용걸과 친구들> 갈라 공연이(1월 26일~27일)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있었다. 이 공연은 김용걸(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이 부산출신(부산예고)으로서 국립발레단을 거쳐 파리 국립오페라발레단 솔리스트로 활동했던 발레리노이며 현재 한예종 교수로, 부산이 자랑하는 예술인이라는데 그 의미를 크게 두고 이루어진 공연으로 보였다. 서울에 비해 순수공연예술을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방의 관객들에게 발레리노 중심으로 프로그램 된 발레감상의 기회제공은 물론 부산지역의 학생들과 모교의 후배들에게 자부심과 긍지를 심어주는 교육적 효과가 상당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공연이었다.
 

 

 

 


 고전발레를 특징짓는 고난도의 테크닉으로, 기교의 절정을 보여주는 인기 있는 그랑 파드되(grand pas de deux) 작품과 모던발레, 그리고  등 두 시간여의 공연은 관객들이 발레의 특징적인 요소를 충분히 즐길 수 있게 잘 구성된 프로그램이었다.
 <해적>(사고모에카/조민영)에서 메도라 조민영의 무대를 가로질러 크게 원을 그리며 회전하는 턴은 안정적이고 깨끗했다. 반면 파트너 사고모에카의 춤은 무거웠고 반듯하게 펴지지 않은 등이 눈에 거슬렸다. <그레이트 아사미 갤로핑> 중 2인무에서의 발레리나 김보연과 <탈리스만> 에서의 김리회 두 여성무용수의 연기와 춤은 노련하고 여유 있었다. <백조의 호수> 3막 (황혜민/엄재용) 파드되를 춘 황혜민의 테크닉은 비교적 무난했으나 흑조의 매혹적이고 강렬한 감정적 에너지가 분출되지 않아 아쉬웠고 코다 부분의 푸에테 또한 불안정했다. 푸에테 32회전을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것은 아니나 발레애호가들 중에는 흔들림 없이 안정된 자세로 도는 푸에테의 회전수로 발레리나의 실력을 평가하는 이도 있다. 실력을 갖춘 발레리나는 실수가 적다.
 <파키타> 중 파키타와 루시엥의 춤(심현희/김용걸), 김용걸과 심현희는 급히 호흡을 맞춘 듯 살짝 흔들렸으나 김용걸의 노련함으로 무난한 공연이 되었다. 남성무용수의 기능이 상대 여자무용수를 지탱하고 그녀의 아름다움을 노출시키는 데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무대였다.
 2부, <심청> 중 ‘문라이트’ (황혜민/엄재용)의 황혜민은 1부 ‘흑조’ 때의 불안정했던 푸에테의 기억을 지울 정도의 아름다운 심청을 추었으며 <아레포> 1인무를 춘 김용걸은 마침내 자신의 옷을 입은 듯, 강하고 개성 있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이방인>(한상이/이원철)과 <스파르타쿠스>(김리회/정영재) 파드되도 아름다웠다.
 김용걸 안무의 . 무대 중앙에 놓인 바(bar)에서 몸을 풀고 있는 무용수들, 발레마스터(김용걸)의 등장, 일순간 긴장. 끌어올리는 장치로 천장으로 천천히 들어올려지는 바, 바가 올라가면서 서로 부딪치며 나는 소리. 무대바닥과 천장 사이에서 멈춘 채 매달려 있는 바. 매우 인상적이고 함축적이다. 그 경계를 나눠보면 이렇다. 바가 무대에 놓여있는 상황은 고전발레, 여러 대의 바가 하나로 묶여 무대 위로 이동하면서 바 형태의 변형이 시작되는 지점은 현대발레의 시작. 단순하게 보이지만 치밀하게 계산된 발상의 전이를 통해 고전과 현대의 경계와 융합을 보여주는 무대였다. 고전발레의 동작에서 변이된 깊이 있는 움직임을 시작으로 내내 숨 가쁘게 휘몰아가는 춤과 음악의 조화가 뛰어난 작품이었다.
 실수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많은 오자와 틀린 맞춤법으로 인해 읽기가 불편했던 팸플릿. 사소해보지만 이런 것은 자칫 공연의 질까지 의심케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무신경하게 만든 팸플릿과 지방이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다소 비싼 10만원이라는 티켓 값 등은 유감이었다.

2013. 03.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