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2015 국제현대무용제 MODAFE (1) 현장 스케치
우수작 유통의 장, 편차 큰 해외팀 기획역량 배가 과제 남겨
김인아_<춤웹진> 기자

 

 

 

 

 (사)한국현대무용협회가 주최하는 국제현대무용제(MODAFE)가 5월 19일부터 31일까지 총 13일간 아르코예술극장 대·소극장에서 열렸다. 올해로 34회째를 맞은 모다페는 ‘춤, 삶을 수놓다’라는 주제로 7개국 23개 단체, 226명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했다. 23편의 국내외 초청작으로 대학로를 수놓은 축제 현장을 들여다본다.
 축제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개·폐막작으로 이탈리아 스펠바운드컨템포러리발레단의 <사계>와 프랑스 꽁빠니 111의 〈Plan B〉가 무대에 올랐다. 

 

 



 스펠바운드컨템포러리발레단의 예술감독 마우로 아스톨피가 안무한 <사계>는 “자연의 순환과 생명력”을 무용수의 생동감 넘치는 움직임으로 구현한다. 하나의 생명체처럼 조화를 이루다가도 한 순간 흐트러지고 마는 무용수들의 조합은 계절의 변화처럼 자연스럽다. 무대에 덩그러니 놓인 하얀 구조물에 자연을 상징하는 그래픽이 투사되면 그곳은 안식처가 되어줄 작은 집, 비를 피하는 나무, 바다를 항해하는 배와 같이 다채로운 쓰임새를 갖춘다. 대중에게 친숙한 비발디 '사계'를 배경음악으로 섬세하게 펼쳐진 무브먼트가 현대발레의 세련미를 드러내는 반면, 동시에 아름다운 몸 어법의 정형성에 갇혀 신선하거나 예리한 감각을 찾기는 어려웠다. 

 

 



 꽁빠니 111의 〈Plan B〉는 관객을 압도하는 볼거리를 선사했다. 춤이라기보다 피지컬 씨어터로 불리는 이 작품은 무용, 연극, 서커스, 시각예술, 음악을 한데 아우르며 장르의 경계를 희석시킨다.  

 이 작품이 일관한 한 가지는 중력과의 관계에 주목한 연출법이다. 예술감독 오렐리앙 보리는 "공연예술은 물리학의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는 유일한 예술형식이므로 중력을 거스르는 것 자체가 실행불가능한 'Plan B'임“을 밝혔다. 

 

 




 비스듬히 경사진 대형 구조물을 미끄러지듯 내려오는 정장 차림의 남성들은 중산모를 쓰고 검은 외투를 입은 남자들이 하늘에서 비처럼 내려오고 있는 르네 마그리트의 <겨울비>를 연상케 한다. 출연진의 수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그들의 흐름이 매끄럽게 지속되다가 어느새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탈바꿈하여 긴장감 넘치는 무대를 펼쳐내는데, 그들의 몸 기법과 연출력은 무궁무진하여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벽처럼 생긴 구조물에 구멍이 생겨 한 순간 사라졌다 나타나고, 그 틈으로 공을 주고받으며 시공간을 초월한 기발한 놀이를 선보인다. 무대 바닥을 촬영해 그대로 벽에 투사하는 방법으로 거리낌 없이 중력을 거스르는 장면도 연출된다. 영화 매트릭스의 가상세계와 이소룡의 무술액션 패러디는 공연예술의 진지함에 가려져야했던 유쾌한 재미를 마음껏 발산시킨 명장면이었다.  

 퍼포머들의 탁월한 기량, 탄성을 자아내는 역동적인 움직임과 치밀한 연출, 기발한 상상력을 응집시킨 〈Plan B〉는 공연예술의 한계를 뛰어넘어 무한한 확장성을 제시해주었다. 

 

 



 올해 모다페에서는 개·폐막작 이외에도 4편의 해외 초청작을 만날 수 있었다. 삶의 이상향을 반짝이는 별에 빗대어 서정적인 2인무로 표현한 프라하체임버발레단의 〈Guess How Many Stars Are There〉, 살아있는 몸과 물질화된 몸을 넘나들며 일종의 아이러니를 불어넣는 우어스 디트리히의 〈THALAMUS〉도 흥미로웠다.  

 지난 2013 서울국제안무페스티벌(SCF)에서 초청받은 바 있는 노리히토 이시이의 〈SAMON〉, 리투아니아의 마리우스 피니기스와 만타스 스타바친스카스의 〈ID D&G〉 등 각기 다른 소재와 움직임을 구사하는 작품으로 편성됐으나 진일보된 작품을 기대하는 관객들에게는 다소 평범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라인업이었다. 

 

 



 지난해 총 19편에서 올해 23편으로 작품수를 늘린 모다페는 국제 공동작업을 없애고 국내작품의 초청에 집중한 기획을 선보였다. 올해 선정된 국내작품 17편은 떠오르는 젊은 안무가에서부터 실력파 중견안무가까지 국내 현대무용계가 주목해야할 춤꾼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였다.  

 '댄싱9' 시즌2 우승자이기도 한 김설진은 최근의 인기를 반영하듯 티켓파워를 입증해 보였다. 지난 창작산실시범공연 선정작이기도 했던 김설진의 <먼지매듭>은 단테의 신곡 '레테의 강'에서 모티브를 얻어 기억과 흔적에 대한 이야기를 침전과 진중함으로 담아냈다. 박나훈의 <두개의 문>은 상반된 의미의 YES/NO 선택을 반복하며 내면 깊숙이 숨어있는 진실에 근접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정돈된 움직임, 자연스럽게 관객과 소통하는 흐름에서 안무가의 노련함을 엿볼 수 있었다. 

 

 



 춤비평가 김예림은 "올해 모다페는 정석순, 김환희, 이재영 등 예년보다 젊어진 국내안무가들의 작품이 눈에 띈다. 또한 김영진과 김성용의 〈Bass Bass〉, 한창호의 <가을에서 겨울로>는 30대의 현주소를 알려주는 수작이었다"고 평했다. 반면 "해외초청작은 개·폐막작을 제외하고 규모 면에서 축소된 인상을 받아 아쉬웠다"면서 "작품선정에 있어서 한국 관객의 높아진 눈높이를 감안하지 못하고 평범한 작품들로 구성"된 점에 아쉬움을 전했다. 또한 국제현대무용제의 명성에 걸맞는 기획력에 대해 언급하면서 "기획의 힘은 관점과 안목에 있다. 동시대 예술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적당한 거리를 두고 조금씩 앞서나가는 진일보된 기획역량이 요구된다"고 촌평했다. 

2015. 06.
사진제공_국제현대무용제(MODAFE 2015)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