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귀국 무용가 연속 인터뷰_ 장유진 · 이인숙

해마다 8월이면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나라 무용가들이 귀국한다. 무용수에서부터 안무가, 춤교육자 등 다방면에 걸쳐 활동하고 있는그들은 해외와 국내 춤계를 잇는 가교 역할도 하고 있다. 독일의 2개 컴퍼니에서 12년째 활동하고 있는 발레 무용수와 국내에 처음으로 티벳의 현대무용을 소개한 공연기획을 겸하고 있는 중국의 대학교수 무용가를 만났다(편집자 주)




(1) 독일 라이프찌히발레단 장유진


프로 무용수로 경쟁에 살아남는 비결은 최선과 겸손


 

 

장광열 오래 전에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과 ESSEN 발레단의 한국 투어 공연을 통해 국내 팬들과 만났던 것으로 알고 있다. 자신에 대해 소개해 달라.
장유진 한국에서 일반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서울발레시어터 발레학원에서 발레를 배우다가 김인희 단장님의 권유로 로잔 콩쿨에 나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뮌헨발레학교 교장선생님의 초청으로 독일 뮌헨발레학교에 입학했다. 뮌헨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에센발레단에 입단, 8년 동안 활동하다 4년 전에 라이프찌히발레단으로 옮겨 활동하고 있다.

유럽의 발레학교를 졸업하고 외국의 직업발레단에서 프로 무용수로 활동한지 10년이 훨씬 넘은 셈인데 에센발레단에서 라이프찌히발레단으로 옮기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어느 발레단이나 그렇듯 단장님이나 안무가가 누군지에 따라 발레단의 스타일의 차이가 많다. 에센발레단에 있을 당시 두 단장님과 함께 일을 했는데, 처음 같이 일했던 단장님은 안무는 하지 않았으나 클래식에서부터 모던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좋아해 여러 스타일의 작품을 공연할 수 있었다. 두번째로 같이 일한 단장님은 안무가이기도 하셔서 단장님의 스타일의 춤을 많이 추었다. 그 때 라이프찌히에 있는 지금 단장님의 안무 작품에 출연하고 싶어 이곳 발레단으로 옮기게 되었다.

두 컴퍼니는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는가?
에센발레단에서는 일년에 한 번이라도 <잠자는 숲속의 미녀>나 <코펠리아> 같은 정통발레작품을 했었고, 라이프찌히발레단에서는 우베 슐쯔의 안무 작품 등 토슈즈를 신는 작품도 하지만 대부분 모던 작품을 많이 한다.

프로 컴퍼니에서 무용수로 활동하면서 가장 많이 배운 점은 무엇인가?
인내, 겸손, 노력인 것 같다. 처음 발레단에 입단했을 때 주역 무용수들이 많이 도와줬었다. 높은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친구처럼 옆에서 이야기 해 주고, 그 누구보다 열심히 연습하는 그들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나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프로발레단일수록 어떤 역을 맡던 항상 최선을 다 하고 어떤 사람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는 겸손한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컴퍼니의 하루 생활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오전 10시에 클래스를 시작해 리허설이 2시에 끝난다. 화요일과 토요일은 오후 스케줄로 3시부터 6시반까지 리허설이 있고, 다른 날은 6시부터 9시반까지 저녁 리허설을 한다. 특별한 리허설이 없는 한 월요일은 쉰다. 그리고 공연이 있는 날은 오전에 출근해 1시정도까지 연습을 하고 공연을 한다.

저녁 시간에 리허설을 하는 스케줄이 여타 컴퍼니와 다른 점인 것 같다. 몇 년 전 에센발레단과 함께 내한했을 때 주역급 무용수로 큰 역할을 맡아 공연했었고 지금 절정기에서 활동하는 것 같다. 은퇴 후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아직 확실히 결정은 하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 가능성을 두고 고민 중에 있다.

그동안 어떤 작품들에 출연했나? 그리고 현재 위치는?
클래식 작품으로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와 <코펠리아> <라 실피드> <호두까기인형> 등의 작품에서 솔로 및 주역을 맡았다. 그리고 Stefan Thoss의 <백조의호수>, Edward Klug의 <레퀴엠>, Johan Inger의 〈Home & Home〉, Stijn Celis의 〈Undine, Mario Schroeder〉 등 여러 안무가의 모던작품에서도 솔로 및 주역으로 많은 공연을 했다. 지금은 라이프찌히 발레단에서 솔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다시 발레단으로 돌아가면 올 정규 시즌에 공연할 작품은 어떤 것들인가?
라이프찌히발레단 단장인 Mario Schroeder의 〈Jim Morrison〉과 <레퀴엠> <크리스마스 이야기> <사랑의 꿈>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와 Uwe Scholz의 〈Rachmaninow〉, Ohad Naharin의 <데카당스>를 공연할 예정이다. 그리고 타이완 투어와 미술관과 전망대 등에서의 야외 공연도 예정되어 있다.

 



해외 발레단 진출을 준비 중인 국내 무용수들에게 해줄 말은?

외국의 발레단 입단을 생각하고 있다면 일단 많은 정보들을 수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들어본 그런 큰 발레단 뿐 아니라 인원이 많지 않아도 자신과 스타일이 맞는지 동영상이나 사진들을 찾아보고 도전해 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클래식 뿐만 아니라 모던까지 폭 넓게 소화할 수 있는 마음가짐과 실력 또한 갖춰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을 잘 표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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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티벳 현대무용 국내 소개한 이인숙 교수

문화교류에서 이제 “아시아는 하나”라는 생각이 중요

 



 8월 2-3일 국립극장 KB하늘극장에서 있었던 중국 완마댄스컴퍼니(WANMA DANCE COMPANY)의 내한 공연은 국내에 처음 티벳 현대무용가의 작품이 소개된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배포된 자료에는 ‘티벳인 무용가이자 연출가인 완마 지안추오(Wanma Jiancuo)가 티벳 불교의 핵심과 티벳문화의 정수를 현대무용의 방식으로 한국에 소개한다’고 되어 있다.
 공연작품의 제목은 <샴발라>(Shambhala). ‘샴발라’란 히말라야 산맥 북쪽에 현자들이 사는 성스러운 나라를 가리키나 이 작품에서는 정신의 낙토(樂土), 쾌락의 원천을 뜻한다.
 90여 분 동안 10명의 무용수들이 출연해 펼친 공연은 전체적으로 댄서들의 기량에서나 작품의 예술적인 완성도에서 잘 정돈된 세련함은 부족했다. 그러나 티벳 불교에서 느껴지는 독특한 색채가 작품 전편에 드러나면서 전통문화가 현대적인 감각의 춤 예술과 만났을 때 전해지는 이국적인, 특별한 감흥을 선사했다.
 이 공연을 국내에 소개한 주인공은 충북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다 중국으로 건너간 무용가 이인숙(전 주성대학 교수). 그녀는 현재 중국 수도(首都)사범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면서 한국과 중국의 문화예술 교류를 실행하고 있다.


장광열 이번 공연에는 ‘삶과 죽음을 넘어선 영혼의 여정’이란 부제가 붙어있었다. 완마댄스컴퍼니는 어떤 단체인가?
이인숙 2012년에 북경에서 완마 지안추우에 의해 창단된 현대무용단이다. 티벳트어 이름인 완마(Wanma)는 순결, 성실, 지혜와 포용을 상징하는 연꽃을 뜻한다. 이 연꽃의 의미가 무용단이 추구하는 모토이다. 중국 각 민족의 전통적인 춤의 요소와 현대무용을 결합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 컴퍼니의 경우 춤동작은 중국 장족의 춤에서도 영향을 받고 있다.

완마 지안추오(Wanma Jiancuo)는 티벳 출신 예술가인가?
그렇다. 그녀는 티벳 불교 수행자인 아버지와 티벳 불교의 영향을 받았다. 정신과 물질, 생과 사에 대해 생긴 의문을 일기나 수필로 쓰다가 극으로 창작해 내었다. 무용수로서 그녀는 그동안 40여편의 단막극과 무용극을 제작한 경험이 있다.


<샴발라>은 언제 초연했으며 작품 속에 등장하는 티벳의 민속춤은 구체적으로 어떤 종류의 춤인가?
이 작품은 2012년에 초연했다. 티벳 민속춤인 <토풍무>(土風舞)와 <금강무>(金剛舞) 등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티벳의 민속춤이다. 이들 춤이 현대무용과 조화를 이루어냈다.

무용수들이 무대 위에서 무언가를 그리는 행위는 때론 퍼포먼스로 때론, 춤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시각적으로 강한 인상을 전해준 이 장면은 어떤 의식같이 보이기도 했다.
그것은 모래 만달라(sand mandala)를 그리는 행위이다. 만달라는 티벳인이 생각하는 우주관의 집중된 표현이다. 무용수들은 무대 위에서 만달라를 조성하고 뒤이어 모든 색을 파괴한다. 이러한 파괴 행위는 불교의 핵심인 공사상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 단체의 작품을 어떻게 초청하게 되었나?
중국 북경에서 이 무용단의 연습과정을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안무자에 의한 일방적인 반복 연습이 아니라 안무자와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작업하는 것이 인상적이었고 안무자가 티벳문화에 심취해 있는 점도 관심을 갖는 동기가 되었다. 한국 공연을 갖고 싶어 이미 많은 것들을 진행시켜 놓고 있었다. 도움을 요청해 뒤늦게 이번 투어를 돕게 되었다. 이번 공연에는 무용수와 스태프를 합쳐 모두 15명이 내한했다.

 



청주 새암무용단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기억이 난다. 중국에서 대학교수로 활동하고 있다고 들었다. 어떤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가?

북경에 있는 수도사범대학 과덕대학교(科德學院)에서 예술경영을 가르치고 있다.
중국의 사립대학 중 제일 규모가 크다. 디자인대학, 공연예술대학, 방송영상대학 등 3개 대학에 13개의 예술학과가 개설되어 있으며 5천여명의 재학생들이 수강하고 있다.

중국에서 사립대학을 허용한 것은 의외이다.
실용, 응용 학부를 보완하기 위해 사립대학을 일부 허용하고 있다, 대학교수가 된지는 만5년이 되었다. 중국에서는 교수가 다른 직업을 가져도 되기 때문에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공연기획일을 함께 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현재 사회교육 차원에서 주민들이 참여하는 무용단 활동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국가대극원 공연장에서 무용치료에 대해서도 강의한 것도 그 같은 일환이었다. 주성대 교수로 재직시 평생교육원장을 8년 동안 맡아 한국무용 실기를 지도하고 “여가와 인간활동” 이란 과목을 강의하기도 했는데 이 경험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같은 과목을 중국에서도 강의하고 있는데 인기가 높다.

 



중국과 우리나라와의 문화교류에서 달리 생각해야 할 점들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겠는가?

중국이 문화산업 쪽으로 눈을 돌리면 한국은 상대가 안된다. 경쟁 체제로 생각하기 보다는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우리나라의 문화적인 가치가 더욱 확고해진다. 이제는 중국/한국을 구분하는 개념보다는 아시아는 하나라는 생각으로 더불어 나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중국에 있는 한국문화원의 운영 방안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향후 어떤 일들을 하고 싶은가?
문화산업 차원에서 성공한 예술단을 운영하는 것이 꿈이다. 예술이 삶속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에 관심이 많으며 무용예술이 그 중심에 서기를 꿈꾼다.

 

2014. 09.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