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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무용단 ‘아카이브 플랫폼 2016’
2016.7.1

 2016년 국립현대무용단은 ‘접속과 발화’라는 주제 아래 현대무용의 실험과 모색을 진전시키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아카이브(archive)’를 컨템퍼러리 창작과 접목시킨 ‘아카이브 플랫폼 2016’ 공모전을 개최하여 총 3차에 걸친 심사를 통해 3작품을 최종 선정했다.
 ‘아카이브’에 대한 상이한 이해와 접근 방식을 나타내는 공모작들 가운데 엄격한 심사를 거쳐서 선발된 최종 작품이 8월 26-27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아카이브를 활용한 창작으로 나아가기 위한 도약대의 의미에서, 국립현대무용단은 지난해부터 ‘아카이브 플랫폼’이라는 공모전을 실시해왔다. 이는 지난 2014년 시행했던 ‘전통의 재발명전’이라는 공모전에서 제기된 문제의식을 좀 더 심화·발전시켜 과거를 해석하고 활용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춰 ‘아카이브’라는 방법론을 도입, 창작과 접목시키는 방식을 제안하는 것이다.
 아카이브의 등장은 최근 예술작업의 장치로서 동시대 예술에 있어 하나의 경향으로 드러나고 있다. 기록물을 단순히 물리적으로 수집, 분류, 보존하고 이에 대한 열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그치기보다는 좀 더 확장적인 의미에서 과거를 현재에 가져오는 방식으로서 아카이브를 작품에 활용하는 것이다. 아카이브의 활용이라는 측면에 주목하는 움직임은 국내에서는 시각예술계에서 먼저 나타났으나, 전 세계적으로 시각예술, 공연예술을 구분하지 않고 발견되는 현상이다. 뉴욕 모마, 런던 테이트모던을 비롯한 주요 미술관과 공연장은 물론 최근 국내에도 아카이브 공연의 사례가 적잖이 소개되고 또한 시도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카이브 플랫폼 2016’에서는 기록과 자료들의 재맥락화를 통해 새로운 창작의 재료를 획득하고 활용하는 안무작 5편이 준비돼있다. 오프닝 초청작은 이민경과 조아오 마틴스의 〈봄의 제전(2013)〉, 홍성민 안무의 〈20세기 현대무용 패션쇼〉 등 2편으로 다시 보는 아카이브 공연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2016년 총 14개의 신청 작품 중 3차에 걸친 인터뷰와 쇼케이스 심사를 통해 최종 엄선된 공모작 3편은 4개월에 걸친 리서치 과정과 전문적인 제작 시스템을 지원받아 완성되었다. 이번에는 윤정아 안무 〈동시대의 무용공연 향유자와 실존적 매개의 거리 관계에 따른 해석수준의 분류와 분석, 그 실재적 재현이 거북이를 수용하는 주체의 예술대상에 대한 곶감정도에 미치는 영향의 실증〉을 비롯해 신혜진의 〈스커트-올로지 Skirtology〉, 남동현의 〈사적인 극장〉이 ‘아카이브 플랫폼 2016’ 무대에 오른다.



 이민경과 조아오 마틴스의 〈봄의 제전(2013)〉은 바슬라프 니진스키의 신화적 안무작인 〈봄의 제전〉(1913)과 지난 백여 년간 재창조되어온 그 수많은 버전들을 기준으로 하여, 현대무용에 있어 역사와의 대화, 극장이라는 공동체를 조명하면서, 이를 통해 춤, 희생, 쾌락, 죽음의 의미를 실험하고자 한다. 지난 2014년 국립현대무용단의 〈결정적 순간들: 공간사랑, 아카이브, 퍼포먼스〉에 처음 소개되면서 아카이브 공연의 화두를 던진 바 있다.
 홍성민 안무의 〈20세기 현대무용 패션쇼〉는 주로 몸과 움직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현대무용의 아카이브에 비해 상대적으로 간과되어온 현대무용의 의상들을 원로 안무가들로부터 수집, 아카이브하여 패션쇼의 런웨이 형식으로 구현한다. 이는 기록과 보존이 취약한 무용 의상을 목록화하는 의도이기도 하지만, 이를 통해 20세기 무용수의 몸과 무용작품의 기억을 우회적으로 되살리고 춤에서 떨어져 나온 패션으로서 무용복 디자인의 유형학을 통해 무용수의 사회학적 몸을 재고해보는 시도이다.



 윤정아의 〈동시대의 무용공연 향유자와 실존적 매개의 거리 관계에 따른 해석수준의 분류와 분석, 그 실재적 재현이 거북이를 수용하는 주체의 예술대상에 대한 곶감정도에 미치는 영향의 실증〉은 학술적 텍스트의 무대 위 재현 과정을 다루면서 그 사이의 간극과 충돌을 드러낸다. 작업의 출발점이 되는 것은 공연자와 관객의 거리에 대한 안무자의 리서치이다. 안무자는 국립 아카이빙 시스템에서 찾아볼 수 있는 작품들에 한하여, 최근 11년간의 국내 컨템퍼러리 무용공연을 ‘공연자-관객’ 간의 거리에 따라 유형별로 분류해보기로 한다. 그리하여 기존의 정형화된 극장에서 그러한 거리는 얼마나 의도되고, 어떤 의도가 어떻게 재현되고 있는지에 주목한다. 이론의 실증과 검증을 가장한 이 야심찬 학술적 논문의 무대화는 과연 어떤 좌충우돌을 겪을 것인가? 움직임과 텍스트, 무대의 생산 과정과 그것을 소비하는 형태들은 서로 다른 곳에서 부유한다.
 한 장의 천이거나 그것을 자루형으로 꿰맨 최초의 의복으로, 사람들이 스스로 자부심 혹은 자존감을 높이려는 마음을 담아 몸에 두르기 시작했다고 하는 ‘치마’를 중심으로 신혜진의 〈스커트-올로지 Skirtology〉는 펼쳐진다. 여기서 다루는 치마란 몸에 착용하는 일상품으로서 물리적 실체일 뿐만 아니라 심리적 이미지이기도 하다. 특히 이 작품은 미디어를 통해 파생된 치마의 이미지를 아카이브함으로써 치마에 가두어온 암묵적인 규칙들을 위반하고 전복하는 행위들을 노출시킨다. 게다가 이는 여성주의적 관점을 넘어서서 치마와 몸에 대한 사회학으로 나아간다. 그간 역사 속에서 그 실재를 감추고 변질되어온 수많은 이미지들을 재인식하게 하면서 또 다른 해석 가능성을 열어간다.
 남동현의 〈사적인 극장〉은 현재 우리 몸이 위치하고 있는 극장의 물리적 구조와 심리적 상태를 자각하는 과정을 수행하면서, 역사적 기록과 개인의 기억이 중첩되고 만나는 지점을 포착하려 한다. ‘불’을 통해 극장의 역사를 반추하는 과정에서 ‘극장 화재’라는 외상적 경험을 불러내고, 더 나아가 인류사 속에서의 불과 마주치게 된다. 그 마주침의 공간에서 개인은 이미 존재해왔던 개인-역사 극장이라는 자기 내면의 아카이브를 대면하게 된다. 말하자면, ‘불’이라는 대상은 극장사라는 역사적 조건 하에서 재난의 타자이지만, 그로부터 우리는 인류보다 더 오래 지구상에 존재하고 오랜 시간 인간과 함께 생활하고 관계 맺어온 관계의 이미지를 떠올리기에 이른다. 이 작품은 불이라는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만 가능했던 몸의 감각들을 현재라는 시간성에서 재맥락화하고 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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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무용단 ‘아카이브 플랫폼 2016’
- 2016년 8월 26일(금) 오후 8시 오프닝 초청작 2편
- 2016년 8월 27일(토)~28일(일) 오후 5시 공모선정작 3편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오프닝 초청작품
봄의 제전(2013) _이민경, 조아오 도스 산토스 마틴스(João Alexandre dos Santos Martins)
20세기 현대무용 패션쇼 _홍성민

공모 선정작
동시대의 무용공연 향유자와 실존적 매개의 거리 관계에 따른 해석수준의 분류와 분석, 그 실재적 재현이 거북이를 수용하는 주체의 예술대상에 대한 곶감정도에 미치는 영향의 실증 _윤정아
스커트-올로지 _신혜진
사적인 극장 _남동현

문의 국립현대무용단 기획팀 02-3472-1420 www.kncdc.kr  
티켓 오프닝 초청작품_ R석 30,000원 S석 20,000원
공모 선정작_ R석 30,000원 S석 20,000원
예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터파크

201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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