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국제 안무가와 함께 하는 2013 대전무용예술가전
컨템포러리 댄스의 확장과 중견들의 진솔한 춤
장광열_춤비평가

 확실히 달랐다. 동아시아 3국 한국, 일본, 중국의 댄서들이 보여준 작업은 하나 같이 컨템포러리 댄스의 색채를 갖고 있었지만 그 맛깔과 빛깔은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2013 국제안무가와 함께 하는 대전무용예술가전(6월 28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앙상블 홀)은 동양 3국 안무가와 무용수들의 서로 다른 작품들, 대전 충남 지역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50대 안무가들의 최근 작업 경향을 비교해 볼 수 있는 무대였다.
 컨템포러리 댄스 작업을 중심으로 한 일본의 춤계는 전문 단체의 숫자나 공연 횟수 그리고 안무가들의 분포 등에서 한국에 비해 전반적으로 적고 그 열기도 뒤떨어지지만 추구하는 작품의 다양성에서 보면 그들의 차별성은 한국이나 중국에 비해 분명히 앞선다.
 단체마다 추구하는 방향이 확연하고 안무가들도 자신 만의 분명한 작업 방식을 고수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지향점을 위해 고유한 메소드를 창출해 낸다. 예술과 스포츠를 결합시키는 작업 형태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힙합이나 피핀 댄스 등 대중무용을 체조 종목 등에서 볼 수 있는 아크로바틱한 움직임과 연결시키는 작업이나 이번 공연에서 선보인 육상 경기를 춤과 결합시키는 형태 등이 그런 것들이다.
 예술과 스포츠의 접목 작업을 표방하고 출범한 일본 nmatu-posu의 <Hurdle>(안무 Takafumi Kodama, Akifumi Toyofuku)은 육상경기 종목인 허들을 컨템포러리 댄스와 연결시켰다. 무대에는 12개의 허들이 놓여있고 작품의 도입부에는 바닷가 모래사장에 펼쳐진 동일 모양의 허들이 여기저기 쓰러져 있는 형상의 영상이 사용된다.
 무용수들은 허들을 뛰어넘기도 하고 쓰러뜨리기도 하고 허들 위의 나무 판자 위에 자신의 몸을 올려놓고 정지된 상태에서 발란스를 유지하기도 한다. 그런 허들은 댄서들에게는 새로운 형상의 조형적인 움직임을 창출하도록 하는 하나의 오브제가 되기도 한다.
 안무가는 허들 경기에서 보여지는 속도감과 선수들이 허들을 뛰어넘을 때 형성되는 독특한 신체의 움직임과 조형성을 춤과 조합시키는데 초첨을 맞추었다. 그 둘을 접합시키는 절묘한 타이밍과 감각은 새로운 예술작업으로 평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스포츠와 예술을 결합 시킨 이들의 작업은 그래서 신선했다. 댄서들의 지체에 의한 움직임의 조합에만 치중하는 대부분 안무가들과의 작업과 견주었을 때 댄스와 스포츠의 융합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움직임의 창출을 가능케 했다.


 
 


 대전에서 활동하다 중국으로 옮겨 활동 중인 중견 무용가 이인숙이 안무한 <연>(緣)은 남녀 두 중국 무용수들의 2인무가 보여주는 맛깔이 예사롭지 않았다. 두 명의 무용수들이 각기 하나씩 든 붉은색과 황금색이 배합된 부채는 중국 특유의 시각적 이미지 창출에, 그리고 남성 창자에 의해 불려지는 노래 “아리랑”은 한국과 중국의 문화적 감수성이 묘하게 접점을 만들어낸다. 곧 소품과 음악은 두 무용수가 보여주는 현대적인 감각의 움직임과 어우러지면서 아시아적인 춤의 한 유형을 보여주고 있었다. 동일한 작품을 한국의 댄서들이 춘다고 상상했을 때 불가능할 것만 같은 특유의 2인무는 그런 측면에서 분명한 차별성을 갖고 있었다.
 조윤라와 신현지의 <Walz#6 Gloomy day>는 발레 특유의 2인무에서 보여질 수 있는 파트너십을 통한 앙상블과 조윤라의 절제된 춤을 함께 음미할 수 있었다. 실루엣을 이용한 흑백 톤의 움직임이 보여주는 시각적 효과와 간간히 재즈 풍의 리듬이 들려주는 자유로운 음악은 어느듯 중년을 넘어선 한 여성의 우울한 삶의 흔적을 역설적으로 표출해 낸다.
 최영란과 조민식의 <紅 능소화--->는 남성 무용수의 스포츠 댄스와 최영란의 춤이 한 무대에서 보여진다. 조운라 신현지의 2인무와는 달리 솔로 춤이 주가 되며 대부분 최영란의 움직임이 무대를 주도했다.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한 류명옥 한은경 안무의 <늦은 가을>은 중견이 된 두 무용수의 춤이 초반부터 관객과 무대를 압도했다. 정교하게 짜여졌다기 보다는 오히려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듯한 류명옥의 춤은 거침이 없다. 그녀의 춤은 언듯 거친 듯 보이지만 오히려 편안하고 한 없이 자유롭다.내면의 끼를 적당히 살이 오른 지체로 뿜어내는 그녀의 춤은 그래서 관객들과도 진솔하게 소통한다.
 중간쯤 합류하는 한은경의 춤은 유연성에서 류명옥의 춤과 대비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배가시켰다. 지나간 젊은 시절을 추억하기 보다 지금 이 순간의 기쁨을 확인하는 중년 여성의 심성은 탄탄한 짜임새와 편안한 춤의 조합으로 잔잔한 여운을 남겼다.
 2명 일본 남성 안무가의 작업을 제외하고 중견 안무가들이 직접 댄서로 출연한 4편의 작품들은 작품의 완성도에서는 편차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진솔한 삶의 흔적들을 춤으로 표출해냈다는 점에서 관객들과의 소통도 더욱 적극적으로 이루어졌다.
 안무가와의 국제적인 교류를 표방한 만큼 해외 안무가 초청의 경우 아시 권 외에도 지역을 다변화 노력이 더 해진다면 이 기획공연은 지역 춤 국제교류의 장으로서도 그 역할을 배가할 수 있을 것이다.

2013. 07.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