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계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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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태평양 국제무용총회, 춤으로 하나 된 화합의 장
2016.9.1

 20개국 300여명의 세계 무용인들이 모여 소통 및 교류하는 ‘무용 박람회’가 서울에서 열렸다. 세계무용연맹(WDA) 한국본부 주최·주관으로 7월 21-24일 서울사이버대학교와 서울무용센터, 호암아트홀 등에서 개최된 아시아 태평양 국제무용총회(World Dance Alliance Asia-Pacific International Dance Conference & Festival)가 나흘간의 대장정을 모두 마쳤다.
 전세계 무용인의 국제적 네크워킹 구축과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아시아 태평양, 미주, 유럽지역 총 35개국에 설립되어 있는 세계무용연맹은 1990년 만들어진 뒤 전 세계 총회는 3년에 한 번, 아시아태평양지역 총회는 매년 각 회원국에서 돌아가며 열리고 있다. 한국 유치는 1994년 아시아 태평양 총회를 개최한 이후 20여 년 만의 일이다. 세계 무용기구의 중요 행사를 한국에서 개최하는 것은 국제무대에서 한국무용계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더한다.
 올해는 ‘춤의 통합, 춤의 세계화’를 주제로 미국·호주·일본·대만·싱가포르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물론 영국·프랑스 등 유럽의 무용인 300여명을 초청, 신작 발표를 비롯한 학술 심포지엄, 네트워크 미팅, 쇼케이스, 안무가랩, 마스터클래스, 웰니스(Wellness) 수업 등 무려 120여개에 달하는 다양한 콘텐츠로 마련됐다.


 


 세계무용연맹 한국본부 전홍조 회장과 윤유왕(Yunyu Wang, WDA-AP회장 타이완 국립대학교 학장)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국제무용총회 첫날이 열렸다. 오전에 있었던 타이완, 일본, 호주에서 모인 10명의 대학원 무용 석·박사들의 논문발표(Pecha Kucha)에 이어 오후에는 13가지 주제 발표로 이뤄진 심포지엄으로 구성됐다. 20분의 발표 및 10분의 짧은 토론으로 구성된 심포지엄은 각국의 전통춤을 조망하는 민족무용학에서부터 무용교육에 대한 논의, 창작 안무법이나 춤의 세계화에 대한 미학적 접근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주제와 논점들로 흥미를 끌었다.
 적지 않은 수의 주제발표가 4시간여 안에 모두 이뤄져야하기 때문에 섹션별 주제를 나누어 서울사이버대의 강의실 세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는데, 셋째 날까지 총 50여개의 주제발표가 같은 방식으로 이어져 관심있는 발표를 미리 확인, 선택하여 강의실을 찾아가야만 참관이 가능했다.


 


 국제무용총회 첫날의 하이라이트가 된 ’코리안 나이트‘는 한국무용가 국수호와 안숙선 명창을 주축으로 한국전통예술의 높은 수준을 세계 각국의 무용인과 나눈 자리였다. 남도 시나위 가락을 탄 조경아의 〈남도살풀이>를 비롯해 〈남무> 〈춘설무> 등의 한국춤이 생생한 라이브 국악에 맞춰 펼쳐졌고, 안숙선 명창의 판소리 〈사랑가>는 해질 무렵의 노을과 어우러져 서울사이버대 한옥 야외무대를 아름답게 수놓았다.
 이날의 마지막 무대였던 〈용호상박>은 무대 뒤편에 앉아 북을 치며 창하는 네 명의 남성 창자(唱者)가 들려주는 판소리 〈적벽가>를 배경으로 제갈공명과 한나라 군사 조자룡 간에 쫒고 쫒기는 장면을 남성 2인무로 박진감 넘치게 그렸다. 국수호와 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 조재혁 두 남성춤꾼의 서로 다른 에너지가 노련하고 멋들린 춤사위로 표출되어 관객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


 


 22-23일 양일에 걸쳐 아시아와 유럽의 안무가들의 ‘쇼케이스’가 열렸다. 창작 전통무용에서부터 컨템포러리 작품에 이르기까지 각국의 다양한 춤을 5-10분가량 소품으로 제시하였다. 무려 36개에 달하는 쇼케이스 작품은 양적인 풍성함을 제공하였으나 각기 다른 색깔의 작품을 통일된 흐름없이 관람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작품의 성격이나 질적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장르를 혼재하여 배치한 프로그래밍이 아쉬움을 남겼다.
 22일에는 젊은 무용가들의 실험적 작품을 지원하는 '안무가랩' 공연도 마련되었다. 10개국 45명의 신청자 가운데 선정된 한국과 홍콩, 호주, 대만 안무가 5명이 아시아 무용수 30여 명과 함께 일주일간 작업한 성과를 선보이는 무대다.
 김경영은 춤을 전공한 전문무용수들의 열정과 녹록치 않은 현실을 작품 〈From the classic movement>에 녹여냈다. 수화를 응용한 움직임, 장르별 테크닉이 돋보이는 동작들에 무용수가 직접 녹음한 나레이션이 곁들어진 진솔한 삶의 이야기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김재승의 〈exo살ci풀se이>는 살풀이의 춤 어법을 해체, 확장시킨다. 몸통을 좌우로 뒤틀고 팔동작을 크게 사용하는 등 살풀이 고유의 춤사위를 변형한 움직임을 흥미롭게 제시하였다. 안무가랩에 참가한 작품들의 완성도는 편차가 있었지만, 창작을 고민하고 안무의 깊이를 확인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짧은 일주일의 기간 동안 아시아 무용수들과 함께 작업을 공유했던 과정에 자체에 긍정적인 의미를 둘 수 있다.


 


 23일 호암아트홀에서는 각 나라 대표팀 공연이 열렸다. 김용걸, 김주원, 정영재, 황혜민, 엄재용 등 한국을 대표하는 무용수들과 싱가폴, 타이완 대표팀의 공연으로 꾸며졌다. 마지막 날에는 엠마 글래드스톤(런던 대스엄브렐라 페스티벌 디렉터)과 안드레이 그라우(영국 로함턴 대학 춤인류학자)를 특별 초청하여 국제무용총회의 대미를 장식하는 단독 심포지엄이 마련됐다.
 나흘간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진행된 빡빡한 일정 속에 세계 무용인들은 무대에 오르고 객석을 채우며 스스로 행사의 주체가 되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교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들이 이끌어낸 현장의 열기는 이번 아시아 태평양 국제무용총회를 춤으로 하나 된 화합의 장으로, 무대 안팎에서 교감하는 진정한 국제교류의 장으로 거듭나게 하였다. (글_ 김인아 <춤웹진> 기자)

사진제공_2016 WDA Korea/옥상훈

2016.9.1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