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대전시립무용단 〈다섯 그리고 하나Ⅱ〉
대전의 뿌리찾는 스토리 댄싱 무대
이병옥_춤비평가

 정은혜 대전시립무용단 예술감독 및 상임안무자가 이끄는 제55회 정기공연은 대전 고장의 인물과 풍습과 설화적 소재를 스토리텔링하여 스토리댄싱으로 표현한 무대였다. 지난해 작품<다섯 그리고 하나>에서 올린 5개의 대전 소재춤을 포함한 대전십무(十舞)로 완성된 대전 춤문화콘텐츠였으며, 전통과 과학의 도시 대전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각인하는 춤의 향연이었다.
 막이 오르기 전에 놀란 것은 대극장 객석을 꽉 채운 극장분위기였다. 뿐만 아니라 관객들의 진지한 관람태도, 매 작품마다 쏟아지는 박수갈채 등 열정적인 호응에 출연자들이 더 신명났을 것 같았다.
 가장 큰 박수를 받은 것은 첫 작품이었다. 첫 무대 ‘한밭북춤’은 대전 대덕단지와 과학엑스포를 지낸 현대사를 조명하듯이 레이저 불빛과 함께 펼쳐진 브레이크댄스의 로버트춤과 대고모듬 북춤의 절묘한 만남에서 신바람, 사이키조명, 전자음향 등으로 어린 세대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오감을 자극하는 무대였다. 흰 실험복을 입은 과학자와 꼬마 로버트 역할로 똘망똘망하게 배역춤을 충실히 수행한 캐릭터 주역에 특히 갈채가 모아졌다.


 



 둘째 작품은 ‘갑천, 그리움’은 첫 작품과는 반대적 정서로 차분하면서도 진지한 춤판이었다. 요란함보다는 고요함으로, 서사성보다는 서정적으로, 빠름보다는 느림으로, 직선보다는 곡선미로, 로버트춤보다는 한국춤으로, 한밭의 젖줄 금강물길 속에서 아련히 춤추는 선녀춤으로 고고한 이미지와 평화지향의 춤판으로 장년세대가 좋아하는 무대를 꾸몄다.


 



 셋째 작품 ‘계족산 판타지’는 닭발처럼 뻗은 계족산 붉은 노을아래 사나이와 여인의 만남과 사랑의 듀엣으로 어우러진 격정과 애틋한 사랑춤이 젊은 세대들의 짜릿한 감정을 자극하였다. 특히 여인의 춤을 춘 수석단원 강영아의 유연하고 섬세한 동작과 붉은 옷의 열정에 어울리는 강렬한 표현력이 한층 돋보이는 무대였다.


 



 넷째 작품 ‘한밭규수춤’에서는 화사한 봄날 나들이 나온 봄처녀들이 치맛자락 휘어잡고 나풀거리면서 회전하는 치마자락춤이 일품이었으며, 다섯째 작품 ‘대전양반춤’에서는 한량들이 공부보다 여인들에 마음을 빼앗기자 진짜 공학박사를 특별 출연시켜 한량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고 깨달음을 주는 대목으로 웃음을 자아내게 하여 충청인들만의 능청거림과 여유로움을 느끼게 하면서 특히 중년층들의 호감을 샀다.


 



 안무자의 변으로는 다섯은 대전 소재의 춤을, 하나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우리춤 작품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올린 ‘부채춤 피날레’는 세계무대에서 가장 호감과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한국의 부채춤을 소재로 했다. 안무자 정은혜 예술감독이 직접 출연하여 부채춤 주역을 하면서 김백봉 부채춤 군무를 다양한 기법의 파격적인 창작구성으로 화려하면서 박진감 넘치는 장관을 연출하여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면서 모든 연령층들에게서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번 공연에서 느껴지는 몇 가지 특징은 관객들이 어린이, 청소년, 성년, 노년층까지 다양한 계층의 많은 사람들이 객석을 메웠고 관람태도도 훌륭했으며, 각 작품마다 다양한 연령층들이 좋아하는 테마가 있어 지루하지 않게 관람하고 즐기는 양상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현상을 확인하게 위해 공연이 끝난 다음 직접 다양한 연령대에게 이번 공연에 대해 질문을 하여 확인할 수 있었다.
 소품중심의 옴니버스로 구성한 이번 무대는 난해하지 않으면서 애향심을 불러일으키는 특유의 지역정서가 듬뿍 담긴 작품으로 관객들이 매우 흡족해하는 무대였지만 자칫 깊은 사유보다는 산만한 분위기로 비춰질 수도 있었다.
 또한 이번 작품들은 모두 대전을 기반으로 만든 창작춤들로 다양한 소재, 다변적인 정서, 다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대전 뿌리찾기 공연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우리춤 문화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현대적인 예술성을 갖추어 세계인에게 ‘춤의 한류’를 일으키는 콘텐츠가 되리라 믿는다.

2013. 08.
사진제공_대전시립무용단 *춤웹진